호구일지 프롤로그
그간 주식으로 재미본적은 없는데 이 시장의 존재가 참 재미있다고 느낀다.
원래 도박이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인데. 그래서 나이 36에 고스톱 치는법 조차 모른다.
섯다니 포커니 카지노니 말할것도 없고 한번도 게임을 플레이 해본적이 없다.
고스톱이 알면 참 재미있는 게임이라지만 친구들과 모이면, 혹은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면
한번씩 옆에서 구경하고 서너번 처본것이 다이다.
이토록 나는 도박에 대해 남들 다 재미있다 하는 고스톱조차 흥미를 느낀적이 없었다.
근데 이 주식 투기장은 다른 도박게임과는 다른 알면 알수록 빠져들었다.
학벌은 짧았지만 경제 전반에 걸쳐 관심은 많았는데 주식시장은 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고액이든 소액이든 1주든 10주든 매매할 돈만 들고 있다면 누구나 이 시장에 진입할수 있다.
호구를 100% 지켜주지 못하지만 안전장치 또한 마련되어 있으며 잃고 그만이 아니라는 점,
포기하고 손절할것인지 수익이 날때까지 홀딩할 것인지 선택권이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느껴졌다.
물론 나라는 호구는 안전장치의 존재와 어떤 안전장치가 있는지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오로지 수익에만 관심있었다. 주식을 접한것이 10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도 안전장치에 대해 잘 모른다.
본업을 가지고 틈틈히 주식을 해보겠다고 그와중에 또 공부까지 해가면서 주식에 빠져들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탐욕에 눈이 먼채로 말이다.
그리고 이 주식판의 대부분의 호구가 나와 같을거라는 생각이다.
나라는 호구가 처음 주식시장을 접하게 된 것은 2007년 11월 즈음이였는데
한창 리먼브라더스 사태니 뭐니 시장이 아주 정신없이 머같을 때였다.
그때쯤 아니, 다 모르겠고 처음 투자를 시작하게 된 것이 동양종합금융증권(현 유안타증권)이라는 곳의
cma계좌로 매일매일 개미똥만큼의 수익을 안겨주는 증권사용 예금통장 같은 것이였다.
적금에서 cma/mma로 붐이 일어날때가 딱 이시점이였을 거다.
매일매일 0.3%정도였나 일별로 수익을 주는 통장이였는데 10만원을 입금해 놓으면 30원정도를 주는?
아무튼 이 통장에 대략 4천만원 정도의 돈을 묶어놓았었는데 한달로 치면 십 몇만원이 들어왔었던 것 같다.
한달 간식값 정도는 충분히 나와서 3~4개월 잘 사용했던 기억만 있다.
홈페이지에 중간중간 접속해서 얼마나 들어왔나 확인할 때면 항상 홈페이지 첫 화면에 코스피가 어쩌고
코스닥이 어쩌고 하는 그래프가 딱 떠있고, 삼성전자가 얼마 등등 가격이 매일매일 변동하는게 보이더라.
첨엔 큰 관심 없었는데 이때가 내가 주식이랑 인연을 맺게 된 첫 시발점이였다.
3~4개월간 증권사 홈페이지에서 cma통장을 가끔씩 확인하면서 삼성전자의 주가가 변동폭이 크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길로 증권사로 가서 증권계좌를 개설하고 하이닉스의 주가가
굉장히 싸다고 느껴져서 이 종목의 주식을 바로 샀다.(그땐 sk하이닉스로 합병되기 전이라 그냥 하이닉스였다.)
당시 하이닉스의 가격은 2만 5천원대에서 1만 7천원대까지 하락했을 시점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약 보름만에 cma에서 얻는 수익보다 곱절이상의 수익금이 나와서 그길로 이름모르는 묻지마식 투기를
했다. 그래도 위험한 종목은 건드리지 말자고 내가 알고있는 중견기업 이상 대기업 위주로 매매를 했다.
한달정도 그렇게 흘렀을때 처음 4천으로 시작했던 계좌는 6천이 넘는 금액으로 불어나 있었고
약반등시점에 진입하여 찾아온 초심자의 행운은 그게 내 실력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묻지마 투기를 하면서 매일매일 100만~300만원 사이의 수익과 손실이 반복되었다.
쉽게얻은 수익은 쉽게 빠져나가기 마련이였고. 6천이상으로 불어났던 계좌는 원점을 찾아 4천대로 다시 돌아왔다.
한달이 조금 지난 시점에 해양관련주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 대우조선해양이며 현대중공업이며 몇 종목을
유심히 관찰하던 그때 한 종목을 발견했다.
상한가로 쭉쭉 치고 올라가는걸 보자니 처음부터 내것이 아니였던 그 빌어먹을 증발해버린 2천도 회복할 것처럼 보였다.
동전주라 더 많은 수량을 보유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보였고. 당시 무엇에 홀렸는지 회사가 워크아웃이다 뭐다
기사는 쏟아지는데 그땐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상한가에만 오로지 관심이 있었다. 무지도 이런 무지가 없었다.
거기다 한술 더떠서 이런 중견기업을 도와주어야 우리나라 조선업계도 미래가 있다 대기업이 후려치려는 이런 기업을
내가 도와야 겠다 등등 말도안되는 혼자만의 이유를 갔다 붙이며 눈이 멀어 이 종목을 풀매수 하였다.
주가는 매수시점 이후로 승승장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계좌는 5천800만 까지 다달았다. 조금만 더 버티면
6천을 회복하고도 조금더 수익을 안겨줄 모양새를 했다. 그렇게 금요일 장은 마무리되었고.
그때까진 아무것도 모른채 행복한 미소를 주말내내 머금고 다녔다.
그리고 한주가 지난뒤 월요일부터 뭔가 심상치 않았는데. 이때 팔고 나왔어야 할 직감같은게 있었음에도
눈앞에서 본 수익이 점점 떨어지는 것을 보고있자니 조금만 더 기다리자 하는 마음이 커져만 갔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주가를 보면서 혼자만의 희망회로를 돌리며 기도매매란 것을 체험하게 되었다.
들어보기만 한 기도매매를 그렇게 하면서 정확하진 않지만 그 주의 수요일로 기억되는데 거래정지가 들어오더라.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감사의견 거절이라는 딱지를 붙이고는 상장폐지, 그리고 정리매매의 시간이 돌아왔고.
그때부턴 내정신이 아닌지라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정리매매라니 말도 안되는 상황을 잊고만 싶었고. 내 일이 아니다 하며 현실을 부정하는데에만 힘썼다.
그리고 정리매매 이후에 회생하기만을 기다리며.
아직도 휴지조각이 된 주식을 이 투기장의 교훈삼아 훈장처럼 들고있다.
무지하면 이토록 처참한 결말을 보게 될 것이라고 나에게 첫번째 교훈을 일깨워준 씨앤상선이라는 종목.
약 3달이 안되는 첫 주식투기에 첫 호구짓에 대한 기억. 그 당시엔 다시는 주식 처다도 안보겠다고 피같은 돈을 모두
먼지로 만들고 눈물한잔에 다짐했었는데. 어느덧 다짐은 다짐으로 잊혀지고 게임이 생각날 때면 20만원, 30만원
정도로 게임을 즐기게 되더라. 도박하는 심리도 이런것이겠지?
이것이 내가 이 주식투기시장에 인연을 맺은 첫번째 일화다.